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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산업의 중심은 오랫동안 서울에 위치해 있었지만, 부산 역시 독립적인 영화생태계를 형성하며 양대 축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서울은 자본과 인프라의 중심으로서 영화 제작과 투자가 집중된 반면, 부산은 국제영화제와 촬영 인프라를 기반으로 창작의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촬영지 특징, 영화제의 성격, 지자체 지원정책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서울과 부산의 영화산업 구조를 비교 분석해 봅니다.
1. 촬영지로서의 서울과 부산 – 도시의 표정이 영화가 된다
서울은 한국 영화 촬영의 절대적인 중심지입니다. 도심 속 고층빌딩,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 야경, 다리, 지하철 등 다양한 로케이션을 바탕으로 스릴러, 멜로, 정치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 어울리는 촬영지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서울시 영상위원회에 따르면, 매해 수백 편의 상업영화, 드라마, 광고, 유튜브 콘텐츠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촬영되고 있으며, 촬영 허가와 행정 지원도 상당히 체계화되어 있어 제작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입니다. 광화문, 한강, 홍대, 강남 등은 특히 자주 등장하는 서울의 상징적 공간들입니다.
반면, 부산은 자연과 바다, 항구 도시의 정취를 바탕으로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해운대, 자갈치시장, 감천문화마을, 송도해수욕장 등은 부산만의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들로, 특히 액션, 청춘,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촬영 인센티브 제공, 촬영 장비 대여, 현지 스태프 매칭 등을 통해 영화 제작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 영화의 부산 유치에도 힘을 쓰고 있습니다. 서울이 상업성과 접근성을 기반으로 한 ‘산업형 촬영지’라면, 부산은 지역성과 영상미를 강조한 ‘감성형 촬영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2. 영화제의 무게감 – 서울독립영화제 vs 부산국제영화제
서울은 매년 서울독립영화제, 여성영화제, 환경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다양한 테마형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입니다. 특히 서울독립영화제는 국내 독립영화계의 대표적인 행사로, 신진 감독과 예술영화 창작자들에게 등용문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영화제는 비교적 실험적이고 주제 중심적인 프로그램이 많으며, 관객과 창작자의 직접 소통, 사회적 메시지, 다양성 영화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또한 영화제 이후 배급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아, 상업영화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로, 서울의 영화제들과는 스케일과 지향점에서 확연히 다릅니다. 1996년 시작된 BIFF는 초청작 수, 관객 수, 산업 부대행사 규모 등 모든 면에서 국내 최고이며, 매년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표 영화제입니다.
BIFF는 아시아 영화 허브를 지향하며, 특히 신진 아시아 감독 발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영화진흥기구’, ‘아시아필름마켓’, ‘부산시네마센터’ 등 BIFF를 둘러싼 전문 인프라는 부산을 아시아 영화산업의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부산은 영화제가 단순한 상영행사를 넘어, 산업 연계형 글로벌 콘텐츠 허브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지원정책의 방향 – 행정 중심 서울 vs 제작 중심 부산
서울은 영화산업의 중심지답게 행정적 지원 체계가 매우 정비되어 있습니다. 서울영상위원회는 촬영 허가, 제작 협조, 후반작업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였고, 특히 도심 내 혼잡지역에서의 촬영 가이드라인을 정교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 문화본부는 청년 창작자 인큐베이팅, 독립영화 제작지원, 영상콘텐츠 기업 육성사업 등을 통해 상업영화 중심에서 독립 창작영역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자체가 직접적으로 대규모 제작비를 지원하거나 유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는 서울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반면, 부산은 BIFF를 중심으로 영화 관련 인프라에 적극적인 재정 투입과 물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영상위원회 외에도 ‘부산영상산업센터’, ‘부산영상후반작업지원센터’, ‘부산시네마하우스’ 등 물리적 공간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지역 영화 제작 지원금, 스태프 교육, 촬영 인센티브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산의 전략은 지역경제와 콘텐츠산업을 결합한 지속 가능한 영화 생태계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서울이 제도적 시스템 중심의 접근을 한다면, 부산은 제작 현장 중심의 실질적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뚜렷합니다.
서울과 부산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국영화 산업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자본, 인프라, 인력,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기능하며 산업적 구조를 이끌고 있고, 부산은 국제영화제와 로케이션 기반의 제작 환경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과 현장 중심의 창작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 두 도시의 차이는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적 발전의 축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앞으로도 한국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서울과 부산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균형 있는 발전이 중요합니다. 두 도시가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산업의 풍경은 한국영화의 다음 시대를 더욱 다채롭고 역동적으로 이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