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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와-부산-영화제의 역할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두 영화제로, 각각의 정체성과 목표를 바탕으로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해왔습니다. 전주는 예술성과 실험성, 부산은 산업성과 국제성에 기반해 서로 다른 접근을 해왔지만, 모두가 지역문화 진흥, 국제 영화 교류, 관객 중심 참여 문화 확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전주와 부산 영화제가 한국 영화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통해 비교·분석합니다.

1. 지역문화 확산의 중심 – 도시와 영화의 공존

전주국제영화제(JIFF)는 도시 전체가 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대표적인 로컬 문화예술형 영화제입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영화의 거리 등을 중심으로 영화제 상영관과 야외 이벤트가 운영되며, 도심 전체가 ‘영화의 장’으로 전환되는 독특한 도시 밀착형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전주는 원래부터 판소리, 한지, 음식문화 등 지역 고유 문화자산이 풍부한 도시였고, 영화제를 통해 이런 전통문화가 현대 영상예술과 결합되는 공간이 마련되었습니다. 또한 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이 영화제 자원활동가로 적극 참여하며, 시민 중심의 문화 축제라는 인식을 강화해왔습니다.

반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영화제로서 해운대, 남포동, 영화의 전당 등 부산의 관광자원과 도시 인프라를 활용해 대규모 이벤트로 확장된 사례입니다. 부산시의 전폭적인 예산 지원과 숙박·교통·관광 연계 정책을 통해 영화제를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즉, 전주는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마을 중심 영화제이고, 부산은 글로벌 이벤트 중심의 도시형 영화제로 각각 지역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2. 국제교류의 허브 – 아시아 영화의 플랫폼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출범 이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로 성장하며 국제 영화 교류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매년 70여 개국 이상의 영화가 초청되고, 1,000명 이상의 해외 게스트가 참석하며, ‘아시아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아시아콘텐츠어워즈’ 등을 통해 제작-투자-배급의 산업적 흐름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BIFF는 특히 아시아 신진 감독과 독립영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데 집중하며, 한국영화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영화제 관계자들이 부산을 통해 아시아 콘텐츠를 소싱하고 있으며, 한국의 영화 창작자 역시 부산을 통해 해외 진출의 기회를 넓히고 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BIFF와 달리 규모는 작지만, 독립영화·실험영화 중심의 국제 네트워크 형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해외 영화인들과의 공동 제작을 장려하며,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함으로써 작가주의 영화의 국제 교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주는 아시아-유럽 독립영화제들 간의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순수 예술영화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이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작은 영화’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한국 영화 다양성의 세계적 가치 확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3. 관객참여 문화 – 시민이 만든 영화 축제

전주와 부산 영화제가 공통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관객 중심의 영화제를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전주는 매년 수백 명의 시네마천국 자원활동가가 영화제 전 과정을 함께하며, 상영작 해설, 관객 리셉션, GV(관객과의 대화), 지역 캠페인 등 실질적인 기획에 관여합니다. 전주시민과 청소년들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면서, 관객과 창작자의 거리를 줄이고 지역 공동체 기반의 영화문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전주영화제는 관객투표상, 전주관객상 등의 수상을 통해 관객의 평가를 작품 선정에 반영하며, 관람객 중심의 프로그래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부산영화제는 글로벌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밀착형 운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예매 시스템, 실시간 라이브 중계, 관객 리액션 콘텐츠 운영 등을 통해 영화제에 참여하지 못하는 관객까지 포용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족, 청소년, 지역 예술인 등을 위한 특별 상영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BIFF의 오픈토크, 야외 무대 인사, 시민 참여형 토크콘서트는 단순 관람을 넘어서 시민들이 영화제에 ‘함께 만드는 주체’로 기능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관객 중심 운영은 양 영화제가 단지 영화 상영을 넘어서, 민주적 영화문화의 장으로 진화하게 만든 요인입니다.

전주와 부산 영화제는 규모, 지향점, 운영 방식은 다르지만 영화와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 플랫폼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공유합니다. 전주는 작은 영화의 실험성과 지역 밀착성, 부산은 대규모 산업 교류와 국제성을 무기로 삼아,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며 한국 영화의 깊이와 폭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두 영화제는 경쟁이 아닌 보완적 관계로 한국 영화생태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갈 것입니다. 관객, 창작자, 지역 사회가 함께 호흡하는 진정한 영화축제가 어떤 것인지를 이 두 도시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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